Chapter 1042





쿠구구구궁!!!

청염이 사방에 터지며 건물을 휩쓴다.

풍압과 내기가 섞인 화력이 주변을 몰아쳐 건물을 태우다 못해 녹여버리고.

후두둑-!

잔해가 떨어지는 한편 눈알을 굴려 손에 힘을 몰아넣었다.

못 죽였다.

범위를 좁히고 화력을 집중한 탓일까? 느낌이 없었다.

기척을 찾았다. 하나.

‘너무 많다.’

주변에 기척이 과하게 많아 미세하게 잡기가 버겁다.

그 탓에 시간이 걸렸다.

찰나에 불가했으나 틈이 생기기엔 충분했고.

후욱-!

불꽃을 뚫고 무언가 파고든다.

몸을 틀어 회피했다.

태우려 했으나 기운을 보니 태울 만큼의 강도가 아니다.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곧바로 손에 강기를 일으켰다. 즉시 불꽃이 일어나며 모양을 변형했다.

염옥성창. 푸른 빛의 창이 번들거린다.

불씨를 터뜨리며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집어 던졌다.

쿠아아아아아–!!

굉음을 터뜨리며 섬광이 스친다.

쿠우웅—!!!

불꽃 너머로 폭음이 들려왔다.

성창이 폭발하는 소리다.

이번에도 닿지 않았다.

‘뭐지?’

눈을 찌푸린다. 의아함을 느끼며 흩뿌려진 불꽃을 회수했다.

화르르륵–!!!

사방에 퍼져있는 불꽃이 휘몰아쳐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청염을 걷어내니 시야가 맑아졌다.

난장판이 됐다. 근처 건물이 다 사라져 파버린 바닥과 숯이 된 잔해들만이 남아 있었는데.

그런 풍경 위로 무언가 남아 있다.

‘……저건.’

확인하니 얼굴이 일그러진다.

건물에 들어와 확인했던 그것이다.

말라비틀어진 인간이 들어간 수정.

인간의 형태 그대로 수정에 담긴 모양이었는데, 이 주변 기척이 다 저곳에서 느껴진다.

그걸 확인하며 왼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아악—!!!!

불꽃이 발발하며 우측 건물을 밀어낸다.

순식간에 한쪽이 사그라들고 남은 것은, 방금까지 보고 있던 수정들이다.

청염에도 녹아내리지 않았다. 건물을 보내버릴 만큼의 화력이었는데, 저 수정은 흠집도 나지 않았고.

‘한두 개가 아니네.’

그렇게 나타난 수정은 적지 않았다.

건물에 적게는 하나, 많게는 수 개가 들어있었다.

‘기척이 저기서 느껴진다.’

지금까지 이 공간에서 느껴지던 이질적인 기척들.

그게 다 저 수정에서 느껴지는 기척들이었다.

왜 저 수정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거지? 심지어 그냥 기척도 아니다.

‘이건 생기다.’

살아있음을 알려주듯 자수정에선 생기가 느껴졌고.

두근-! 두근-!

귀를 기울이니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이 말인즉슨.

‘살아있다.’

저 존재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의미다.

“흐음.”

이를 확인하고 눈을 돌렸다. 시선을 허공으로 올리니, 저 멀리 무언가 떠올라 있었다.

잿빛 하늘에 먼지가 떠올라 있어 더욱이 흐트러져 보이는 곳.

그 중심에 검은 날개를 펼친 사내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잿빛 장발에 검은 피풍의를 입고서.

무표정하니 하얗다 못해 핏기가 없는 피부를 지닌 사내였다.

놈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녀석이 날 보며 입을 연다.

“성격이 급하구나. 아직 인사도 다 하지 못했거늘.”

“…….”

“대화라도 천천히 나눠볼까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촤악.

놈의 말에 대답 대신 손을 휘둘렀다.

불꽃의 고리가 채찍처럼 변해 휘둘러졌다.

후우욱-!! 파앙-!

날아드는 공세에 녀석 또한 손을 움직였다. 움직이는 순간 손에 창이 튀어나와 채찍을 튕겨낸다.

불씨가 터진다.

그 사이 놈이 들고 있는 창을 쳐다봤다.

‘삼지창?’

검은 삼지창. 일렁이는 모양새를 보니 기운으로 이루어진 건가?

파악하려 눈을 좁힌 순간.

후욱-!!

쿠우우웅–!!!

놈이 들고 있던 창을 내게 던진다.

살짝 피했다. 창이 바닥에 박히니 그대로 폭발한다.

검은 기운이 들쑥날쑥 튀어나온다.

열기를 뿜으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지글거리는 바닥을 뒤로하고 놈을 노려봤다.

“뭐 하나만 묻자.”

“음?”

내 물음에 고개를 까딱인다.

“무엇이지?”

“저거. 네가 한 거냐?”

내 손짓에 놈이 시선을 보낸다. 바닥에 가득한 수정들이었다.

“아아. 저거 말인가.”

내 물음에 녀석이 웃었다.

“아름답지?”

“뭐?”

“절대 깨지지 않을 불멸의 아름다움이이다.”

“…….”

말을 듣고 기감을 끌어올렸다.

기척과 생기가 사방에서 쏟아진다. 피부에 꽂히는 감각을 느끼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왜?”

“이유를 말해야 하나?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닐 텐데. 그리고 따지자면.”

후우우웅.

놈의 손끝에 창이 다시 피어오른다.

“내가 네게 묻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맞지.”

화르르륵.

말을 뱉으며 몸에 힘을 줬다.

“근데, 보아하니 서로 대답은 안 할 것 같고.”

불꽃이 피어올라 온몸을 뒤덮는다.

청염이 한번 몸을 휘감고. 그대로 검은 기운으로 뒤바뀌었다.

“그럼 서로 대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네. 마음에 들어.”

투기를 감쌌다. 그대로 등 뒤에 고리를 생성하고 미친 듯이 회전시켰다.

마기로 된 고리가 요동친다.

기이이잉-!!

속도를 극도로 높이며 마찰을 일으켰다.

양손에 기운이 스민다. 허공이 찢기며 일렁였다.

천마신공이 발현된다.

꾸우욱-!!

찌리릿.

온몸의 뼈가 울린다. 투아파천무 때와 비교도 안 될 고통이다.

투아파천무는 혈도의 자극이 강하고 기운 자체가 고통을 기반으로 해 육체의 문제는 크게 없을 테지만.

‘이건 진짜 아프단 말이지.’

천마신공은 그 고통이 육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찰이 너무 강해 뼈 전체가 울리고, 피부가 찢어질 듯 날카로운 고통이 난자한다.

‘쉽지 않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인데. 그걸 유지한들 고통은 격하기 짝이 없다.

내가 만들었지만,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용의 육신이 아니었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

초월에 이르렀음에도 이 정도다.

이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찌하긴 뭘 어찌해.’

참아야지.

언제나 그렇듯.

쿵-!!!

진동이 터지며 손에 기운이 형성됐다.

그걸 담아 주먹에 완전히 밀착시키고 속도를 높였다.

파아악-!!

등 뒤에서 화력이 터지며 몸이 튀어 나간다.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이 삼지창을 휘두르며 날개를 펄럭였다. 거칠게 내게 달려든다.

후이이익-!

창이 움직이며 기운이 먹을 그린다.

창이 허공을 가르니 검은 기운이 따라붙는데. 그 크기가 심상찮았다.

심지어 기운도 강하다.

그걸 보며 살짝 선을 틀었다.

후우우우욱–!!!

먹이 내 몸 옆을 스친다.

쿠아아아아아아—!!!!

이어 뒤편에서 진동과 함께 폭음이 터졌다. 구태여 살피진 않았다. 진동이나 기운의 양만 봐도 얼마만큼의 위력인지 가늠이 갔으니까.

막지 않길 잘했다.

막을 수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파고들기 귀찮았을 거야.’

맞고 가는 게 아닌 이상 속력이 준다.

그럼 어느 정도는 버려야 했다.

속도가 낮아지며 위력도 손해를 봤을 터이나. 그럼에도 접근에는 성공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천마신공.’

앞으로 달려들어 놈의 코앞으로 파고든다.

‘천마일권.’

혼돈이 주먹에서 폭발한다.

키아아아아아아—-!!!!

기운의 비명이 놈을 덮쳤다.

허공을 쓸며 한바탕 터져나간다. 기운의 형태는 마치 절규의 형상화.

고통에 진저리 치는 기운의 기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위력은 내가 봐도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염병.’

이번에도 반응은 아까와 같다.

‘안 맞았다.’

손에 감촉이 없다.

후욱-!

고개를 숙였다.

촤악-!

내 고개 위로 창이 지나간다. 그대로 고리에 힘을 줬다.

퉁-!

불꽃이 터지며 아래로 떨어진다. 지면에 착지했다.

콰아아-!

파편이 튄다. 낙법 같은 걸 취할 시간이 없다.

손에 불꽃을 응축했다.

그 위로 혼돈을 덮는다.

천마혼옥.

그리고.

쿠우웅-!!!

발을 나직이 들었다 내려찍었다. 하늘 위로 압력이 쏟아진다.

천마군림보.

다리에 투기와 천마신공을 엮었다.

제왕검형에서 식을 따왔다. 투기와 검기를 엮어 움직임을 봉하는 것이었으니, 그 의지를 비슷하게 담은 것이리라.

기운을 뿜어내며 하늘을 바라봤다.

놈은 생채기 하나 없는 몸뚱이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풍의를 쓰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으나.

놈이 웃음을 짓고 있음은 알겠다.

‘뭐지?’

왜 맞지 않았지?

코앞에서 때렸는데 왜 안 맞았지?

눈을 좁혔다.

‘권능인가?’

이상하다. 분명 코앞에서 때렸고 제대로 공격도 넣고 있는데 닿지는 않으니 뭔가 이상하다.

그러고는 웃고 있다고?

‘이 새끼가?’

놀리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만들고 있던 기운을 지워냈다.

안 통하면 쏘아 대봐야 의미 없다.

‘권능은 아닌 것 같은데.’

권능이었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다.

탐이 먼저 반응했어야 한다. 탐은 가만히 있었다.

‘흐음.’

어떻게 해야 할까.

잠깐 고민하던 찰나.

“음.”

살짝 눈을 빛냈다.

권능도 아니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다.

그럼.

‘남은 건 하나지.’

생각을 떠올리고 그대로 눈에 힘을 줬다.

심안이 발동했다.

힘을 가득 집어넣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기운이 스며드니 광경이 변한다.

이 주변에 펼쳐져 있는 것 자체가 주술인지라 보이는 건 당연히 이질적인 것이다만.

‘보인다.’

놈 주변에 무언가 있었다.

‘저거구나.’

주술이었다. 무슨 주술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주술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손을 움직였다.

허공으로 뻗어지는 손. 그걸 본 녀석의 표정이 살짝 달라진다.

그때.

꽈악–!!

내 손이 앞에 보이던 이질감 중 무언가를 잡아냈고.

그 순간.

쿠웅-!!

“……!?”

놈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걸 보며 확신했다.

이거 아무래도.

‘이 새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